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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럴드경제 ‘마술’ 의 마력…상상이 현실이 된다

글쓴이

 Adel

등록일

 2009-10-23 오후 10:04:30

 

‘마술’ 의 마력…상상이 현실이 된다
송산엘리베이터 김운영 사장의 승마 경영론

비상 구난용 엘리베이터

땅굴운행하는 엘리베이터 등

말 타면서 얻은 아이디어

완벽함ㆍ심리적 안정상태 유지

클래식승마 통해 리더십 체화

창조적 경영의 결정체


“말 위에서 집중하면 도면을 그리고, 그린 도면을 갖고 조립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디자인과 치수, 예쁜 지갑이라면 몇 개의 큐빅을 박아야 하는지까지도 정확하게 계산해낼 수 있죠.”

승마가 왜 좋은지 일일이 열거하지 않아도 이쯤 되면 탄성이 절로 나온다. 부드러운 말잔등 위에 앉으면 구름 위에 떠 있는 양 가벼워지고 고요한 리듬을 타고 흘러가다 숲의 끝간 데, 바다 수면과 하늘이 경계를 이룬 곳에서 시선이 아득하게 멀어지면 찾는 이미지가 뚜렷이 떠오른다. 과학적으로 말하는 알파파 상태다. 그건 책상 위에서 머리를 싸매고 씨름해서 얻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특수(비규격) 엘리베이터에 관한 한 세계 최다 특허를 갖고 있는 송산엘리베이터 김운영 사장의 마상(馬上)경영은 한마디로 마술같다. 상상하는 것을 그는 말 위에서 현실로 그려낸다. 20년 넘게 클래식 승마를 즐겨온 그는 아이디어의 대부분을 말 위에서 얻는다. 창조적 아이디어와 실수 없는 완벽함, 상대와 혼연일체를 이루는 소통과 심리적 안정감은 클래식 승마의 마제스틱 리더십을 통해 체화됐다.

경희대에서 클래식 승마로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승마CEO 글로벌 리더과정 총괄교수이기도 한 김 사장의 창조경영과 승마 리더십 강의는 학생들은 물론 CEO들에게도 인기다. ‘다시 듣고 싶은 강의’ 1위로 꼽을 정도다.

최근에야 창조경영이 화두가 되고 있지만 김 사장은 이미 25년 전, 엘리베이터 벤처회사를 차려 아이디어로 글로벌 경쟁력을 키웠다.

다국적 기업인 오티스 개발이사를 거쳐 94년 설립한 송산(松山)엘리베이터는 특수 엘리베이터에 관한 한 리딩테크놀로지기업이다. 구불구불한 땅굴 속을 운행하는 엘리베이터, 기계실 없는 엘리베이터, 타원형으로 운행하는 엘리베이터 등 동화책에나 나올 법한 기계들이 그의 머릿속에서 나왔다.


90년대 중반만 해도 각 빌딩 옥상에는 엘리베이터 기계실이 흉물스럽게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를 없앤 엘리베이터를 국내 처음 개발한 이가 김 사장이다. MB의 서울시장 첫 공약사안이었던 서울지하철 노약자?장애인용 엘리베이터도 그가 놓았다. 대만총통관저, 블라디보스토크 백화점, 일본 미쓰비시를 제치고 따낸 필리핀 하얏트 호텔 등 좀 특별한 엘리베이터를 필요로 하는 곳에는 그의 엘리베이터가 들어갔다. 요즘 그는 중동 부호들의 러브콜에 바빠졌다. 한 달 전 이란 테헤란 도심 재개발사업에서 30군데 물량공급 계약을 따냈고 두바이 각 곳으로부터 요청이 잇따르고 있다.

“두바이는 건축의 경연장과 같은데 각 건물이 요청하는 디자인을 대기업들은 맞춰주기 힘들죠. 규격화돼 있기 때문이에요. 우리 제품은 그들이 원하는 대로 디자인해주기 때문에 고객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죠.”

더욱 환상적인 건 지난 5월 세계 최초로 개발한 비상 구난용 엘리베이터다. 고층 건물에 불이 났을 때 엘리베이터가 하나의 생명 피난처가 될 수 있도록 고안한 것이다. 특허가 난 날, 민자역사인 노량진 역사로부터 57대를 수주했다.

“하루가 다르게 빌딩들이 고층화돼 가는데 화재에 대해 취약하다는 점이 가장 큰 걱정이잖아요. 이 특수엘리베이터를 한두 대만 설치해 놓아도 평소 안심하고 지낼 수 있지 않겠어요?”

그의 끊임없는 창조적 발명의 비결이 바로 클래식 승마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말 위에서 집중하면 메카니즘이 입체적으로 머릿속에서 떠오르면서 정리가 돼죠. 그리고 순식간에 스케치를 합니다. 처칠도 많은 구상을 말 위에서 했다고 하잖아요.”

16년 동안 굵직굵직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해오면서 부도 한번 내지 않고, 거래했던 대기업들이 쓰러져가도 위험을 비켜갈 수 있었던 예지력도 클래식 승마 덕이란다.

그가 자신의 성공담 외에 승마경영의 또 한 사례로 드는 게 삼성이다.

90년대 이건희 회장은 유럽시장을 뚫기 위해 생각이 많았다. 상품이 아무리 좋아도 일단 어떻게 선보이느냐가 숙제였다. 이 회장은 상류층, 권력을 쥔 사람들의 취향을 곰곰이 들여다봤다. 공통점은 바로 승마였다. 그는 97년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승마강국의 대항전인 네이션스컵 스폰서로 나섰다. 그리고 98년 현 안덕기 삼성고문을 아시아승마협회장으로 밀었다. 일본이 애써 따내려 해도 얻지 못했던 자리다. 롤렉스, 오메가 등 명품업체들이 전략적으로 승마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것도 이와 다르지 않다. 

클래식 승마의 목표는 체덕지(體德智)의 함양이다. 수준높은 승마술과 심신수련, 도덕성, 예절과 교양 등…. 이를 통해 리더 스스로 행복한 삶에서 나아가 남을 이롭게 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 점이 클래식 승마를 마제스틱 리더십으로 부르는 이유다.

김 사장의 승마 수업은 말과 하나되기부터 시작된다

“승용마는 하나의 생명체로 의식과 지각과 감정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섬세하고 긴밀한 커뮤니케이션과 하모니가 필요합니다. 기분 좋은 표정으로 다정하고 부드럽게 인사하면 말은 순수하고 맑은 눈빛으로 호감을 보입니다.”

클래식 승마는 몇 년 했느냐가 중요하지 않다. 말을 믿으면 된다. 불안감과 걱정만 접어도 말과 금세 친해질 수 있다.

그가 클래식 승마에 빠진 것은 다국적 엘리베이터 회사인 오티스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한 20대 중반. 유럽 출장이 잦았던 그는 사교계의 공통언어인 승마를 알게 됐다. 그러나 그의 말 사랑은 2, 3살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말 그림책만 보면 좋아라 했다. 초등학교 미술시간에는 루돌프 썰매를 그리면서 사슴 대신 말을 그렸다. 그때 선생님이 “넌 뭘 그렸니?” 하고 물으셨다. 말을 그렸다고 했더니, 그림을 들고 아이들에게 “너무 잘 그렸지? 박수치자”하셨다. 그때 말(馬)은 그에게 꿈으로 자리잡았다.

 98년 국내 최초의 초대형 실내마장인 베르아델승마클럽을 대부도에 세우면서 그 꿈은 마침내 결실을 맺었다. 110개의 마방과 마사시설 일체를 갖춘 전 세계에 하나밖에 없는 돔형이다. 보통 마방이 30개만 돼도 국제규모급. 완벽한 시설과 함께 푸른 초원과 해변의 외승코스 등 천혜의 자연조건을 두루 갖춰 승마의 명가 유럽 등지서도 견학을 올 정도다. IMF때 승마장을 지으니 주위에서 미쳤다고 했다.

베르아델승마클럽 자리는 고려, 조선시대까지 고등승마술을 훈련하고 최상등급의 마필을 조련시킨 최고의 승마시설이 있던 곳이다. 지명에 ‘말봉’이란 이름이 남아있다.

그는 번창했던 한국의 승마문화가 일제시대 말살된 걸 되살려내려 한다. 클래식 승마의 놀라운 자기경영능력과 자질 함양을 통해 글로벌 리더들을 많이 길러내려는 것이다. 그에게 승마는 단순한 취미 이상이다. 21세기 글로벌 경쟁력이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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